출처: https://www.drcr.co.kr/articles/367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개발사업에 대해 한화건설이 공사를 진행한 부분에 대해 대금을 지급받지 못했다면, 공사미수금을 지급받을 권리는 당연히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계약 해지 이후 공사미수금을 이라크 정부에게서 받은 선수금과 상계할 수도 있겠죠. 발생한 공사비와 공사의 완성도에 대해 양측의 입장이 일치한다면 말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분쟁이 불가피할 것이고요.
한화건설이 계상한 비스마야 신도시 개발 프로젝트의 공사미수금은 6월말 현재 6억2900만 달러입니다. 80억 달러의 주택보급사업과 21.2억 달러의 인프라 공사에서 발생한 미수금을 합한 금액입니다.
공사미수금은 2017년말 2억2800만 달러에 달했지만, 이라크 내전으로 중단되었던 공사가 재개된 2018년 이라크 정부가 밀린 공사대금을 결제하면서 크게 줄었다가 2019년과 2020년 급격히 증가합니다. 2019년에 4억 달러, 2020년에 2억1300만 달러가 늘죠.
한화건설에 따르면, 2019년에 주택보급공사는 5.43%, 인프라공사는 7.53% 추가로 진행됩니다. 이로 인해 한화건설이 인식하게 된 공사수익은 5억8876만 달러가 되었을 겁니다. 2020년에는 주택보급공사가 2.80%, 인프라공사가 3.96% 추가 진행되어 공사수익은 3억528만 달러 가량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결국 2019~2020년 진행한 공사에 대한 공사대금 대부분이 미수금으로 남았고, 그게 지금까지 남아있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좀 이해가 되지 않는 게 있습니다. 한화건설이 인프라공사에 대해서는 지난 6월말 현재 464억원(3,592만달러)의 미청구공사를 인식하고 있는데 반해 주택보급공사에 대해서는 미청구공사를 전혀 인식하고 있지 않고 있습니다. 미청구공사는 공사비가 발생했지만 발주자에게 공사대금 청구가 이루어지지 않은 걸 의미합니다. 발주자에게 공사대금 지급의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공사진행률은 예정공사비 중 투입된 공사비가 얼마나 되는 지로 따지기 때문에 미청구공사 역시 진행률에 가산됩니다. 당연히 그 만큼 공사수익을 인식하게 되죠. 하지만 공사대금 청구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발주자에게 지급 의무가 없죠. 공사대금 청구가 이루어지지 않는 사유는 많이 있겠지만, 공사비가 발생한 이유가 공사의 진척과 무관한 경우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어떤 문제로 인해 공사비가 과다하게 투입되거나, 공사비 투입에도 불구하고 공사가 진척되지 않을 수 있죠.
공사의 진척 없이 또는 공사의 진척에 비해 과다하게 공사비가 투입된 원인이 시공사의 잘못이 아니라면, 대부분 미청구공사는 발주자와 추가 협상의 통해 보상받을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공사계약을 다시 하게 돼서 공사계약금액의 수정이 이루어집니다. 그런데 만약 미청구공사 발생의 귀책 사유가 시공사에게 있다면, 발주자는 공사대금 지급을 거절하겠죠. 공사계약 금액 수정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고 미청구공사는 시공사의 손실로 귀결될 것입니다.
공사 중단 이후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인프라공사에 미청구공사가 남아 있다는 건, 추가로 발생한 공사비만큼 공사계약금액을 올리는 협상이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거나, 이라크 정부가 공사계약금액을 올려 달라는 한화건설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화건설이 계약해지를 통보했으니 인프라공사의 미청구공사는 손실로 귀결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습니다.
이해하기 어려운 건 주택보급공사에 미청구공사가 없다는 점입니다. 공사규모가 인프라공사의 4배에 이르고 장기간 공사가 지연된 건 매한가지인데 말이죠. 미청구공사가 없다는 건 한화건설이 투입한 공사비 전체에 대해 예정이익을 더해 공사대금 청구가 이루어졌다는 걸 뜻합니다.
청구한 공사대금을 이라크 정부가 그대로 인정한다면 한화건설은 선수금과 상계를 하든 분쟁을 하든 공사미수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하지만 그렇게 쉽게 풀릴 것 같지는 않습니다. 한화그룹측은 10만 주택 중에 3만 주택을 완공했다고 발표했지만, 이라크 정부는 인도받은 주택은 2만400가구이고 그 중 9,000가구는 미완성(incomplete) 상태였다고 했습니다. 양측이 생각하는 공사 진척도가 다릅니다.
공사진행률과 공사의 진척도는 같지 않습니다. 공사의 진척도는 공정률에 가깝죠. 공사진행률은 공사비가 투입된 정도를 의미하지만, 실제 공사의 진행 정도는 공정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발주자의 공사대금 지급은 공사진행률이 아닌 공정률에 의해 이루어지는 게 일반적입니다.
가령 공사비 투입이 100% 이루어졌지만, 공사는 80%밖에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건설사는 공사계약금액 전부를 수익으로 인식하겠지만 발주자는 공사대금을 전액 지불하지 않을 것입니다. 건설사가 공사비 20%를 추가로 투입해서 공사를 완공했다면, 일단 계약한 공사대금은 전부 받을 수 있겠죠. 하지만 추가로 발생한 공사비 20%를 받을 수 있을 지 없을 지는 양측의 협상 결과에 따라 달라집니다. 발주자가 정당한 공사비라고 인정하면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지만, 건설사의 잘못으로 공사비가 더 들어간 것이라면 받기 어려워지겠죠.
비스마야 주택보급공사는 80억 달러 짜리이고 이 공사의 진행률이 44.99%이니, 지금까지 인식한 공사수익은 약 36억 달러입니다. 21.2억 달러 규모인 인프라공사의 진행률은 29.02%이니, 지금까지 인식한 공사수익은 약 6억 달러 입니다. 합하면 42억 달러가 좀 넘습니다. 그런데 이라크 정부는 공사비 투입 정도인 공사진행률보다는 공사의 진척도인 공정률에 더 의미를 두겠죠. ㈜한화가 밝힌 주택보급공사 공정률은 38%, 인프라공사의 공정률은 26%입니다. 여기에 각 공사의 사업비를 곱하면 주택보급공사에서는 30억4000만 달러, 인프라공사에서는 5억5120만달러가 나옵니다. 합하면 대략 36억 달러 가랑이 되죠.
한화건설이 이라크정부로부터 선수금과 기성금으로 받은 금액이 43억2200만 달러라고 했습니다. 지난 글에서 선수금과 공사미수금이 비슷하다는 한화측의 설명을 토대로 선수금이 6억~7억달러이고 기성금이 36억~37억달러일 거라고 추정한 바 있죠. 앞에서 각 공사의 사업비에 공정률을 곱해 나온 36억 달러와 일치하네요.
이라크 정부가 줄 돈을 다 줬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쩌면 이 때문일 수 있습니다. 공사가 이루어진 부분 만큼은 한화건설이 공사대금을 받아갔다는 것이죠. 한화건설은 공사진행률 만큼 공사대금을 달라는 것이고, 이라크 정부는 공정률 만큼 공사대금을 다 주었다는 각자의 입장이 맞서고 있는 것일 수 있습니다.
인프라 공사의 진행률(29.02%)와 공정률(26%)의 차이에 해당하는 공사대금은 약 6,402만 달러이고 원화로는 6월말 환율 기준으로 828억원 가량 됩니다. 미청구공사(464억원)는 그 중 절반이 조금 넘습니다. 이에 비해 주택보급공사의 진행률(44.99%)과 공정률(38%)의 차이에 해당하는 공사대금은 5억5920만 달러이고 6월말 현재 환율 기준으로 7,226억원에 달합니다. 이 중 미청구공사는 0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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